건전한 건축업자

2011. 2. 16. 10:46카테고리 없음

 
 

문제는 사람, 건축업자를 잘 만나야

[산촌일기] 온 가족이 평면도 설계하고, 업자와 충분한 대화 나눠야

 

 

조점동 (cjd1230)

 

 

귀촌하려고 땅을 구입하였으면 다음으로 할 일이 건축업자를 찾는 것입니다. 건축업자를 잘 만나야 집도 잘 짓고 다툼도 벌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귀촌해서 집을 잘 짓고 사는 사람이 있어서 그 업자를 소개 받았습니다.

 

"땅은 가급적 자연스럽게 두고, 집짓는 데 꼭 필요한 만큼만 손을 댄다, 집은 25평으로 하고 경량 철골조에 판넬로 짓는다"라고 말하면서 현장에서 위치를 확인해 주었습니다. 집이 들어설 자리를 정남향으로 하고, 동북쪽으로 붙여 지어 땅의 효율성을 높이려고 하였습니다. 뒤쪽의 약 1m를 파서 앞쪽에 약 1m를 쌓으면 집터가 나오겠다는 눈대중으로 말했습니다. 이런 설명을 들은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토목공사비 500만원, 건축비 25평에 평당 250만원이면 6750인데 한 7000만원 정도 들겠습니다."

 

역시 건축업자의 계산은 빠르더군요. '토목공사비는 몇 미터를 어떻게 하면 무엇이 얼마고, 무엇이 어쩌니 500만원이 들겠다'고 말하지 않고 그냥 500만원이라고 하였지요. 공사비의 대강을 말했겠지만 나에게는 그게 신뢰감을 떨어뜨렸습니다.

 

나와 첫 만남인데 건축사를 한 명 데리고 와서 소개까지 해 주더군요. 하긴 자기가 공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겠지요. 아무튼 공사비 산정이 내 사정과 너무 멀어서 그 사람은 일찌감치 제외하였습니다. 다만 젊은 건축사 하고는 여러 차례 만나서 내 사정과 건축 방향에 대하여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러기에 앞서 땅을 산 우리 가족은 집 설계에 들어갔습니다. 방은 몇 개로 할 것이며 위치와 창문 모양, 거실의 크기와 방향까지 꼼꼼히 평면도를 그려서 토론을 하였습니다. 시간이 나면 아들과 며느리, 딸을 데리고 현장에 와서 둘러보기도 하였습니다. 우리 부부가 들어가서 살 동네를 눈에 담는 작업이고 정을 붙이는 절차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남향집에 동쪽 대문을 짓고 사는 것은 3대 적선을 해야 가능하다는 말을 들은 게 있어, 그런 구상도 해 보았지만 길과 땅모양이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남향집에 남쪽 대문이나 서쪽 대문이 가능하였습니다. 이렇게 가족이 모여서 집의 구조를 정하고 건축 방향을 의논하였지만 처음 구상에서 한참 비켜가 있었습니다.

 

문제는 사람이다, 건축업자를 잘 만나야

 

처음에는 건강에 좋다는 황토집을 구상하였지만 건축비와 관리상의 문제로, 목조건축도 좋은데 비용과 역시 관리비 문제로 포기하고 빨리 짓고 비교적 건축비가 저렴한 경량 철골조에 판넬집으로 정했습니다.

 

부산의 건축업자, 밀양의 집짓는 사람들을 만나 보았지만 대화 중에 믿음이 가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자꾸 가자 설계를 맡은 건축사가 아는 사람을 소개해도 되겠느냐고 물을 정도였습니다. 그 업자를 만나서 직접 지은 집을 보여 달라고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자기 친구 집을 보여주더군요. 기와를 올린 한식 스타일의 전원주택이었습니다. 친구 어머니가 있어서 이것저것 물어 보았지요. 다른 것을 하나 더 보여 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이번에는 부산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귀촌한 사람인데, 우리와 업자를 반갑게 맞이하더군요. 이곳저곳 살피고 설명을 들었습니다.

 

2년 전에 부모님 집을 지은 일이 있는데 자기 집까지 짓게 되었다고 말 하더군요. 이 사람이면 되겠다 싶어서 건축사 사무실로 왔습니다. 그 자리에서 건축사, 건축업자, 우리 부부가 집을 어떻게 짓고 내부는 어떻게 시설할 것인가에 대하여 정리를 하였습니다. 우리 부부의 의견을 듣고 건축사와 업자가 조언을 해 주거나, 더 좋은 의견을 내 주기도 하였습니다.

 

일주일 후에 건축사 사무소에서 다시 만난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견적서가 무려 열 몇 장이었습니다. 그동안 만났던 몇몇 업자들은 평당 얼마라고 했었는데, 이 사람은 설계도를 보고 하나하나 규격과 제품회사, 상중하 품질까지 따져서 건축비를 계산하였던 것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지난 번에 이야기 하지 않았던 것도, 우리가 한 번 더 생각하고 판단해야할 것은 그것대로 준비를 해 왔습니다.

 

천사 같은 업자,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감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시 한 번 꼼꼼하게 점검하고 최종 선택 또는 결정을 하였습니다. 장판과 도배비, 전등과 싱크대를 제외하고 토목 공사비를 포함하여 5300만원으로 합의를 하였습니다. 공사비는 어떻게 주어야 할까도 걱정이었습니다. 공사 중에 설계를 바꾸어 공사비가 자꾸 늘어나서 한 15% 정도나 증액되었다는 말도 들었고, 고약한 업자를 만나서 선금을 많이 받고 집을 열심히 짓지 않아 애를 먹었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공사비가 5300만원 밖에 안 되니까 시작할 때 1000만원 주시고 나머지는 완공하고 한꺼번에 주십시오."

"고맙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나도 모르게 대답이 나와 버렸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집짓기는 약 45일 만에 완공하였습니다. 중요한 공정일 때는 우리 부부가 와서 보고, 아니면 4-5일 만에 한 번씩 와서 작업하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중간중간 부분작업 업자들의 모습도 늘 진지하고 자기 일처럼 성실하게 일 하였습니다.

 

"우리는 이 사람이 부르면 최우선으로 와서 일을 합니다. 돈을 잘 주거든요."

 

미장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한 말입니다. 일을 시키면 며칠 내로 임금을 입금해 준다고 합니다. 중간에 몇 번 내 생각하고 다른 작업을 할 때 지적하면, 공사 계약서를 확인 하더군요. 꼼꼼하게 작성해 놓은 견적서가 정답이거든요.

 

집을 완공하고 준공검사가 난 10일 이내에 잔금을 입금하기로 한 대로 4300만 원을 입금해 주었습니다. 단 돈 10원도 더 주거나 덜 주지 않고 집을 잘 지었습니다. 이사 와서 건축사와 건축업자를 초청하여 점심식사를 대접하고 헤어졌습니다.

 

40대 초반의 건축업자는 나에게는 천사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집을 짓고 이사 온 지 3년 반이 지났지만 공사문제로는 단 한 번도 연락을 한 일이 없습니다. 건축비는 장판과 전등, 싱크대까지 약 700만원이 더 들었으므로 6000만원에 끝냈습니다.

 

귀촌할 집을 지을 때는 온 가족이 평면도 설계를 할 것, 그것을 바탕으로 건축사의 조언을 들을 것, 건축 설계도를 충분히 검토한 후에 건축업자와 작업 방향을 하나하나 점검하면 뒤탈이 없습니다. 좋은 집을 잘 지으려면 건축업자와 충분한 점검과 많은 대화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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