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모를 요양원으로 모신지 일주일
생각해 보면
어머니는 친구분들과 사교댄스를 즐기실 만큼
사교적이고 사람들을 좋아하시기에
절대 치매같은 것은 걸리지 않을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아픈 친구들이 늘어가고
좀더 젊은 노인들이 많아지면서
어머니는 자신도 모르게 우울증세를 앓고 계셨지요
영은이 말에 의하면 가끔 혼자 잘 우셨다고 하더라구요
또한 독한 결핵약을 드시고 부작용으로 여기저기 가렵고...
결국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2013년 11월 이후 춘천행이 빈번해지고
12월 부터는 병원에 가는날 이외에는 서울에 별로 나가지 않았지요
겨울에 당이 너무 떨어져 10여일 인성병원에서 입원하여 치료 받은 이후엔
병원도 춘천으로 옮겨 혈압과 당료 식욕을 돋우는 약과 소화제를 하루 3번 복용하셧지요
알츠하이머 진행을 억제하는 약도 하루에 2번 드시지만
별루 도움이 되지 못하는것 같더군요
웬만큼 활동 하실수만 있다면 당신의 머릿속에 있는 과거로 돌아가
계속 배회를 하시는데
지난 4월부터 가끔 이 춘천집이 순천의 외삼촌댁으로 생각하고
남편을 남동생으로 나는 남동생댁으로 생각하시더라구요
하지만 늘 그렇게 생각하시는게 아니라
정신 맑은 날은 공기와 햇볕이 넘 좋다고 하시며
운동도 하시고 풀도 뽑으셨지요
그럴 때는 어머니와 함께한 세월이 벌써 35년이나 되다보니
함께 가지고 있는 과거로 돌아가 깔깔대고 웃으며 즐거운 시간도 많이 가졌지요
그러나 점점 더 오래된 기억
옛날 친정에서 친정어머니에 대한 기억에 매달리며
제가 함께 할수 없는 시간 속으로 자꾸 가시겠다고 하니,,,
7월 부터 배회가 더 심해지면서 당신의 생각을 바꾸려 하지 않으시니
우리로서는 그럴때 마다 모시러 나가면서 드라이브를 하고 돌아오면
대부분은 피곤하시니 당신의 생각을 접고 주무시고 내일 간다고 하셨는데
7월 중순부터는 밤이고 낮이고 당신의 생각을 돌리지 않으시고
그렇지 않다라고 이야기를 하면 역정을 내시면서
그 분노가 하루종일 가시더라구요
3~4시간씩 제 정신이 아니기 때문에 배회 하는것을
조금의 거리를 두고 따라다니다 보면 우리가 지쳐 버려요
그래서 작년에 우리 마을에 요양원이 하나 생겼기에
3번이나 둘러 이것 저것 알아 보았지만
차마 아들 입장에서 어머니를 그곳으로 모시고 가기가 어려워
내일도 저리하면 모시고 가자 하다가 또 하루 넘기고...
이렇게 몇일을 지내다 지난 23일은 아침부터
내가 어떻게 여기를 왔냐 하시기에
아들이 내가 누구냐고 물으니 동섭이라고 하시네요
그때부터 내가 왜 여기를 와서 너를 괴롭게 하느냐고 집에가야된다고 또 시작을 하셨지요
사진을 찾아 보여드리고 식구들마다 돌아가며 통화하고...
이야기 할 때 뿐이고 이야기가 끝나기가 바쁘게 집에 가야된다고 하시니...
오후 5시경까지 생각을 돌이키지 않고 고집을 피우시니
붙잡을 방법이 없었습니다.
하는수 없이 속옷 한두벌만 넣어서 요양원으로 향했지요
착잡한 마음으로 어머니는 차에 계시게 하고
이미 몇번을 방문하여 우리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요양원 대표가 친절하게
치매환자들의 특성에 대해 이야기해 주며 우리를 위로해 주더군요
당신들은 이미 이런 환자들을 많이 겪어 보았기 때문에
상황에 맞게 대처하는 방법이 있다며 설명해 주시더군요
입소를 의뢰하는 서류도 작성하지 않고 몇일만
여기에서 어떻게 적응하시는지 보자고 하며
어머니를 모시고 요양원으로 들어 오는데
마침 화장실에 가고 싶다며 낮선 건물이지만 쉽게 들어 오셨지요
아침부터 오후 5시까지 배회를 하셨으니 지칠 시간도 되었고
상의에 흙이 묻었기에 어머니 침대 자리로 가서 옷을 갈아 입혀 드린후
오늘 너무 힘드셨으니까 조금 누워서 쉬라고 했더니
자리에 누우셨지요
그리고 어머니는 잠이 들었고 우리는 돌아 나왔는데
눈물과 착잡한 심정이
도저히 집으로 들어가고 싶지가 않더군요
하여 둘이 산책이나 하자며 왕복 2시간 거리를 천천히 걸으며 이생각 저생각
많은 생각을하며 아픈 마음을 달랬지요
가족들도 이 소식을 들으면 가슴아파 할것 같아
오늘은 알리지 말자고 했더니
그래도 알려야 한다며
다음날 문자 메시지로 모든 가족에게 알렸지요
그리곤 요양원에 전화를 걸어
하루를 어떻게 지내셨는지 물으니
새벽에 일어 나셨는데
내가 어떻게 여기를 왔는지 물으시더라네요
아들내외가 모시고 왔다라고 알려드리고
할머니는 머리가 아파 여기 오셨고
며칠 지나면 아들이 모시러 온다라고 하더라라고 알려 주셨는데
또 아이들이 있어 가야 된다고 하시고
할아버지가 기다리고 있다라고 하셔서
찬송을 부르며 진정시켜드리느라 애먹었다고 하며
다음에 오실때 할머니 사용하던 찬송가를 가지고 오라고 하시네요
다음날 아들은 어머니가 자식들이 당신을 버린줄로 알고 울고 계시면 어떻게하느냐고
또 전화를 걸어 문의하니 이번에는 요양원 대표의아내가 전화를 받으며
더 소상하게 하루 일과를 알려 주셨지요
사람은 확실히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는가 봅니다
집에서는 아침 10시 이전에 일어나시는경우가 없었는데
요양원에서는 아침 6시면 일어나셔서 아침식사도 하시고
배회시간도 짧게하다가 그만 두시고
옆에 할머니와 이야기도 나누고 낮잠도 주무시고 그러신다네요
그러면서 하는말이 다른 분들보다 쉽게 적응하는 할머니 같은데
일주일에서 10일정도는 얼굴을 보지않는것이
할머니가 정신적으로 혼란을 겪지않고 편안하게 여기에 적응한다라고 하며
입소 서류를 준비하러 올때에도 할머니 얼굴을 뵙지 않고 가는게 좋겠다고 하네요
월요일 28일은 입소 서류를 준비하며 옷가지며 찬송가를 챙기는데
아들의 신경이 예민해지면서 어디에서건 폭발할것 같더군요
그런데 이상하게 그날은 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는 하루였어요
요양원으로 출발하는데 이웃에 있는 사람이
자신을 추곡삼거리까지 좀 데려다 달라고 부탁을 하여
데려다 주고 요양원에 들어가 서류를 작성하는데
어머니는 아침밥 드시고 고실에 계시다가 지금 주무시러 가셨다고 하여
옆으로 누워 주무시고 계신 어머니의 얼굴을 잠시 뵙고 나왔습니다
주무시는 모습은 편안해 보이더라구요
우리가 가지고간 어머니 용품을 전해주고 입소신청서 작성하고 이런 저런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나오면서 또 한숨만 나오더군요
그래도 요양원이 신설된 공동생활가정이라 넓고 깨끗하여 쾌적한 상태라
정신적으로 안정만 찾으면 생활하시는데 불편은 없어보이더라구요
이날은 서울 광천교회 교인들이 어머니 뵙겠다고 3사람이나 찾아왔고
오후엔 영은이도 이서방이 춘천에 출장이라 함께 왔다며
하성이가 재롱을 떠는 바람에
어머니에 대한 안타까움을 잠시 잊을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