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장미 품종의 역사 1 - 장미선택의 길라잡이
여태까지 품종 이름을 가지고 살았던 장미는 모두 45,000종 쯤 된다니 에버랜드에 심어져 있는 750품종은 명함도 못 내밉니다. 서울대공원 약 250 품종… 아무것도 아니네요. 요즈음 상업적으로 구매가 가능한 품종은 약 15,000종이라는 추측이 있습니다. 이렇게 품종이 많다 보니 문제가 생깁니다. 어떤 장미를 고르지?
결국, 장미를 고르려면 장미의 분류와 품종의 특징을 좀 알아야 합니다.
장미의 분류는 현재 미국의 장미협회(American Rose Society, ARS) 에서 사용하는 분류 체계가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추세입니다.
장미는 가장 크게,
◦ 야생 장미 (Species Rose)
◦ 올드 가든 로즈 (Old Garden Rose)
◦ 모던 로즈 (Modern Rose)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야생 장미는 사람들이 정원에 심던 장미가 아닌, 말 그대로 야생 장미이고 세계적으로 약 200종 정도가 있다고 하네요. 우리나라의 찔레도 야생장미의 일종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 찔레도 코끝을 찌르는 강렬한 향이 있죠.
2. 원예용 장미에 대하여 알려면, 결국 올드가든로즈와 모던로즈에 대하여만 알면 됩니다. 그런데, 이 장미를 나누는 기준이 아주 간명하고 재미있습니다. 1867년 프랑스의 기요(Jean-Baptiste André Guillot)라는 사람이 세계 최초의 인공교잡장미(세계최초의 하이브리드 티)로 알려진 라프랑스(‘La France’)라는 장미를 내 놓았는데, 이 장미가 탄생한 1867년 이전의 장미를 올드가든로즈라고 하고, 그 이후에 인공교잡으로 개발된 장미를 모던로즈라고 합니다.
‘La France’ - 세상을 나눈 장미
3. 올드가든로즈
그리스인들과 로마인들이 전 세계 장미를 유럽으로 끌고 들어왔습니다. 대략 크게 분류하면,
◦ 알바(Alba) – 주로 흰색 계통(연분홍 등)의 장미들이 많습니다.
◦ 갈리카(Gallica) - 붉은 색 계통(보라색, 진홍색 등)의 장미들이 많습니다.
◦ 다마스크(Damask ) – 흰색부터 핑크색 까지 있으며, 향기가 매우 강합니다.
알바 대표품종 - Felicite Parmentier
갈리카 대표품종 – Charles de Mills
다마스크 대표품종 - Madame Hardy
◦ 알바와 갈리카에 대하여는 재미있는 역사가 있습니다. 세계사 시간에 배운 영국의 ‘장미전쟁’이야기 알죠? 랭카스터가와 요크가가 영국왕의 승계권을 둘러싸고 벌인 전쟁입니다. 이 전쟁이 장미전쟁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이 집안들이 그 집안의 문양에 장미를 사용하였는데, 랭카스터가는 가문의 문장으로 갈리카(붉은 장미)를, 요크가는 알바(즉 백장미)를 문장으로 사용하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 다마스크는 원래 페르시아장미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마스쿠스라는 지명이 다마스카라는 이름이 됐을 거라고 하네요. 갈리카도 원산은 페르시아 쪽으로 알려져 있으며, 원예용 장미로는 역사가 가장 오래 된 것입니다(기원전 1,200년경에 재배한 흔적이 있다고 하네요). 나폴레옹의 처 죠세핀이 수집한 장미 230종도 모두 갈리카 계열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서양 올드로즈하면 의례 갈리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알바는 그늘에서도 잘자라는 특성이 있습니다.
◦ 올드 가든 로즈는 아주 오래 전부터 유럽 사람들이 정원에 심어 오던 장미이므로, 모던 로즈와는 달리 그 꽃의 개발자가 없거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품종의 종류도 약 15,000종에 달하는 모던로즈에 비해, 약 200~300 품종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 특이하게도(특이한 것은 아니네요. 우리나라에 원예용 장미를 공급한 것은 일본이고, 일본은 모던로즈 육종의 중심국가 중 한 곳이니까요), 2000년대 초반까지 우리나라에는 올드가든로즈가 전혀 보급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 개인들이 조금씩 몰래 가져다 키우기 시작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화려한 모던장미가 70~80년 이상을 지배하였던 까닭에 장미 하면 의례 모던 장미를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금도 올드가든로즈는 귀합니다.
4. 올드 가든 로즈 하면, 위 세가지 품종인데, 모던 로즈를 알기 위해서는 크게 올드가든로즈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 ‘동양’ 올드 가든 로즈에 대하여 좀 알아야 합니다. 물론, 이 것도 정식 올드 가든 로즈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 치나(China)와 티(Tea)라는 올드로즈입니다. 이름이 다 알려주고 있네요. 모두 중국이 원산인 장미입니다.
◦ 이 장미들의 특징은 아주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특히 ‘치나’는 서양장미가 가지지 못한 빼어난 미덕을 한 가지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은 치나가 날씨만 더우면 꽃이 피고 또 피고…. 가지만 잘라주면 성장기 내내 꽃을 피우는 특성, 즉 요즈음 四季 장미의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지요. 그때 까지 서양장미는 봄에 한번만 왕창 피고 일년 내내 가지만 뻗지요. 단지 ‘Autumn Damask’ 라는 한 품종이 가을에 한 번 더 꽃을 피운다고 하여 로마인들의 사랑을 받았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차이나는 꽃이 지면 또 피고 또 피고… 서양인들의 눈에는 이 얼마나 기특한 녀석으로 보였겠습니까?
‘Autumn Damask’ - 로마인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장미
◦ 다음은 티(Tea), 마시는 차라는 뜻이 아닌가? 예. 맞습니다. 꽃에서 차향이 난다고 하여 티라고 부르게 되었지요. 티도 서양 장미에 없는 빼어난 미덕이 있었는데, 꽃 모양입니다. 티는 꽃의 높이가 높고(넙적하지 않고) 중심이 뱅글뱅글 돌아가는(High and Centered) 요즘 장미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본래 갈리카, 알바, 다마스크는 꽃의 높이가 높지 않고 펑퍼짐하게 퍼지거나 꽃의 배꼽이 다 보이거나 가마가 4개씩 되는 이상한 모습들이데(서양의 기준으로 보면 이상할 것도 없지요) 티(Tea)는 그 우아한 모습으로 서양인들의 눈을 매혹시키기에 이릅니다. 그리고, 이게 모던 로즈의 중심으로 우뚝 서게 됩니다. 이 티계 장미를 중심으로 다른 장미의 특징을 가미하도록 교잡이 이루어지게 되는 데, 그 것이 모던 로즈의 중심인 ‘하이브리드 티’가 되겠습니다.
◦ 여담으로, 한국에는 서양장미로 일본인들에 의하여 이 ‘하이브리드 티’가 가장 먼저, 가장 많이 보급되었기 때문에, 서양 장미의 모양뿐만 아니라, 서양 장미의 향마저도 이 하이브리드 티의 향을 장미의 향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하이브리드 티의 향은 대부분 미묘한(미약한) 차향이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로, ‘티’의 특성이 내려 온 것입니다.
◦ 이 차이나와 티는 결정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었으니 그것은 추운 데서는 못 살겠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어찌하랴. 그 좋은 특성이 아까워 버릴 수도 없고… 이래서 서양 사람들은 강제로 교잡(Hybridizing)을 시키기 시작합니다. 서양의 재래종과 중국에서 시집 온 차이나, 티 사이에 복잡한 혈통이 탄생하기 시작하는데......
6. 본격적으로 모던 로즈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올드 로즈 중에 좀 색다른 녀석도 한 종류가 있는데, 센티폴리아(Centifolia)라는 품종입니다. 센티(centi라는 말은 100의 뜻을 지닌 라틴어입니다)폴리아는 꽃잎 100개짜리 꽃이라는 뜻인데, 네델란드 사람들이 1600년~1800년대에 알바와 다마스크를 교배해서 얻은 일련의 장미들입니다. 꽃잎이 매우 많아서 유럽에서는 캐비지(Cabbage)장미라고도 불렀습니다. 영국 올드로즈의 대표 회사인 데이비드 오스틴 장미에는 이러한 캐비지 장미가 다수 있습니다. 물론, 이 센티폴리아와 교배를 통하여 그 품질을 개량한 것입니다.
쎈티폴리아 대표 품종 - Petite Orléannai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