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또 가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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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IGNER'S GARDEN 4 디자이너스 가든 특집
Beth Chatto Garden 베스 샤토 가든 글_윤상준·조경학 박사 (재)환경조경발전재단 사무국장 (alpinet@freechal.com)
정원이 생활의 한 공간인 영국에서는 의외로 관련 정규 교육을 받지 않고 자신의 정원을 가꾸고 발전시키다가 정원 설계나 원예 전문가가 되는 사람을 제법 찾아 볼 수 있다. 특히 여성 중에그 예가 많이 나타나는데, 역사적으로 로즈마리 비에리Rosemary Verey(1919-2001)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반면 지금 시대에 영향력 있는 정원 디자이너를 꼽자면 단연 드라이 가든dry garden으로 유명한 베스 샤토Beth Chatto(1923-)를 들 수 있다. 정원 디자이너, 원예가 그리고 작가로 정평이 나 있는 샤토 여사는 그녀의 나이 20세에 앤드류 샤토Andrew Chatto와 결혼하기 전에는 정원과 식물에 관하여 문외한이었다. 그녀의 남편 앤드류는 샤토 앤드 윈더스Chatto and Windus라는 출판사를 운영하는 집안의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출판업 보다는 생태에 더 많은 관심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들은 휴가를 주로 지중해나 알프스 지역의 나라로 가서 그곳의 토착 식물상을 답사하고 조사하며 보냈다. 신혼 시절 샤토 여사는 점점 식물에 관심이 커지면서 자신이 식물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고 식물의 자생지와 그것들의 군집에 관하여 중점적으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결혼은 샤토 여사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어 놓은 계기가 되었다. 평생을 정원 식물의 자연환경을 연구한 남편과 그의 연구 결과는 그녀가 정원을 가꾸는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되었다. 그녀 스스로도 자신의 남편과 결혼하지 않았다면 자신이 정원을 가꾸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정원에 관하여 집필 했을 리도 없다고 남편의 절대적 영향을 회상하곤 한다. 자갈 정원gravel garden으로 유명한 베스 샤토 가든Beth Chatto Garden은 연평균 강수량이 50mm 밖에 되지 않는 영국에서도 대표적으로 건조한 지대인 에섹 스Essex주 그녀의 정원은 크게 건조, 습지, 음지로 식물의 생육환경을 나눌 수 있다. 지중해와 같이 온대기후대의 건조지대에서 자라는 내건성 식물들은 이 지역의 자생 잡초들도 생장하지 못했던 뜨거운 자갈 토양에서도 풍부함을 연출한다.
정원 조성 이전부터 있었던 오크나무를 따라 조성된 산책로를 비롯한 삼림정원 woodland garden은 관엽식물로 꽃만큼 효과적인 연출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네 개의 큰 연못으로 이루어진 수경원은 도랑을 둑으로 막아서 만든 곳으로 영국의 북부와 서부에서 자생하는 습한 곳을 좋아 하는 식물을 위주로 조성되었다.
이러한 샤토 여사의 정원이 가지는 큰 특징은 식물을 심으면 자연스럽게 자랄 수 있는 곳에 정원을 가꾼 것이 아니라 불모지나 다름없는 척박한 곳에서 그곳에 적합한 식물을 알맞은 장소에 심어야 한다는 소신으로 정원을 가꾼 것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그녀의 식재계획에는 이미 식물의 생태적 습성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녀의 이러한 소신은 한 에피소드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녀가 첼시 플라워쇼에 출품한 어느 해 빅토리아 시대 때 석탄 사업으로 억만장자가 된 조지 해리슨George Harrison은 전시된 그녀의 정원을 통째로 구입하여 자신의 소유인 프라이어 공원Friar Park에 조성하고 싶어 했다. 웬만한 정원 디자이너라면 이러한 제안을 거절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본인의 정원이 그곳에 조성된다면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가게 기둥의 입춘’과 같다는 등 갖가지 비유적인 말을 들어가며 구입 희망자를 설득하여 거절을 하였다. 식재된 수종은 주로 유포르비아와 같은 다육식물과 초본식물, 그리고 천남성과 식물이다 1970년대부터 생태적 식재ecological planting에는 새로운 의미가 반영되기 시작하였다. 그 이전까지는 생태적 식재라 하면 바로 자생종의 식재를 의미하였다. 하지만 1970년대 들어와서는 자생종 및 도입종까지 그 의미가 확장되면서 샤토 여사의 식재 방법론은 관심을 받기 시작하였다. 특히 1979년 첼시에 처녀 출전한 그녀는 나무랄 데 없는 그녀의 심미안이 반영된 드라이 가든을 주제로 여러 희귀종을 정원에 도입하여 사람들의 찬사를 받았다. 참제비고깔Delphinium ornatum, 장미를 비롯하여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정원 식물로 도입되지 않았던 엉겅퀴Cirsium japonicum, 민들레Taraxacum platycarpum, 유포르비아Euphorbia myrsinites, 천남성과Arums와 앨리엄과Alliums의 식물, 지중해의 작은 화훼류 그리고 습지의 관엽식물들을 정원에 과감히 도입하였다. 이전에도 와일드 가든wild garden의 윌리엄 로빈슨William Robinson(1838-1935)과 커티지 가든cottage garden의 마저리 피쉬Margery Fish(1888-1969)와 같은 디자이너들에 의해서 위의 식물들이 사용되었지만 1970년대 샤토 여사가 다시 정원에 도입하기까지 사람들에게서 잊혀졌었다. 특히 호스타hostas가 지금은 중요한 정원 식물 중의 하나이지만
당시에는 정원에는 조잡한 식물이라고 여겨 식재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의 남편인 앤드류와 친구인 모리스가 그녀에게 처음 이 수종을 정원에 활용하는 것을 알려주어 샤토 여사가 영국에서 처음으로 정원에 도입을 하였다.
집의 전정. 테라스 위에 조성
그녀에게 지대한 영향을 준 사람은 가장 큰 영향을 미 친 남편 이외에 크게 3명을 꼽을 수 있다. 첫 번째로는 위에서 언급한 화가인 모리스Cedric Morris(1889-1982)로 1950년대부터 교우를 맺어온 사이이다. 샤토 여사는 특히 모리스의 정원을 방문하는 것을 즐겼는데 그의 정원은 샤토 여사에게 정원에 관한 많은 영감을 심어 주었다. 그의 정원은 어떤 구조적인 제한 없이 화단을 마치 도화지처럼 식물로 채색을 한 듯한 화가 특유의 색채가 살아있는 정원이었다. 두 번째로는 정원 디자이너이며 작가인 토마스Graham Stuart Thomas(1909-2003)인데 그는 정원보다는 글로써 그녀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모리스의 정원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정원에 대한 집필로 많은 교류를 하게 되었다. 토마스는 샤토 여사에게 정원에 관한 집필을 할 것을 적극적으로 제안하였고 심지어 그녀가 앞으로 다룰 주제를 정해주기도 하였다. 마지막으로 정원에 접근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그레이트 딕스터 가든Great Dixter Garden으로 유명한 크리스토퍼 로이드Christopher Lloyd(1921-2006)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다. 특히 로이드와는 빈번한 서신 교환으로 서로의 정원에 대한 생각을 교환하였다. 베스 샤토는 열정을 가지고 노력한다면 자신의 일에서 성과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표본이다. 정원이나 조경에 대한 어떤 정규 교육도 받지 않은 그녀지만
식물과 정원에 대한 열정 그리고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또 남편이라는 좋은 스승이자 동반자, 그리고 자신의 지식과 열정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로 인하여, 동시대 정원 디자이너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 디자이너가 되었다. 저수지를 가로 질러 보면 마치 큰 스케일 같은 착각이 든다. 수경원 대표적인 내습성 관엽식물인 룸(Rhaum palmatum)과 어린잎의 호스타 군락 화단 사이로 나 있는 소로
그녀는 정원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아래와 같이 아이들이 자라면서 말을 배우는 것에 비유를 하곤 하는데, 우리가 정원을 가꾸고 디자인을 배워나가는 과정에서 좋은 지침이 될듯하다. “정원 디자인과 가꾸기는 마치 말을 배우는 것과 같다. 단어 하나 하나를 배우듯이 처음에는 식물 하나 하나의 개체적 특성을 배운다. 그리고 다음에는 여러 단어를 이용하여 구를 구성하듯이 2~3개의 식물들을 조화시키고 최적의 자리를 찾는 법을 익힌다. 마지막으로 구들이 결합하여 문장이 되듯이 이러한 군집의 식재들이 모여서 디자인이 되고 정원을 이루게 된다.”
편 집_윤 이 장(askdesign@naver.com) 10. 08. 23 | |||